양반들의 악의없는 거짓음식 헛제사밥
10원짜리 동전하나도 그냥 쓰시는 일이 없던 어머니가 하루종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날,
어린 시절 제사는 공경의 의미보다 맛있는 음식을 친척 및 이웃과 더불어 배불리 나눠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날 중 하나였다.
제사가 끝나고 나면 제사를 지낸 음식으로 음복을 하는데 항상 큰 대접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제사에 썼던 나물을 얹어 비벼 먹곤 했었다. 자정도 지난 늦은 시간, 간장으로 간을 한 특별할 것도 없는 그 비빔밥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경북 안동지방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도 제삿밥을 차려 먹는데 이것을 ‘헛제사밥’이라고 한다.
[한국유교문화의 산실 도산서원 - 사진-안동문화콘텐츠]
헛제사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중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안동유생들의 야참설로 늦은 밤까지 글공부를 하던 안동 유생들은 밤이 깊어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장난기 어린 거짓말을 하여, 헛제사상을 차리게 했는데, 선비들이 진짜 제사는 올리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하인들이 그날의 밥상을 ‘헛제사밥’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안동은 지금도 전국 서원의 32%가 그 주변에 몰려 있을 만큼 양반동네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곳으로, 제사를 중시하는 유교적 문화에 따라 제사밥을 참 많이도 먹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먹거리에서 풍족할 수 있었던 시기는 불과 20-30년에 불과 하다. 물론 양반들은 배고픔을 몰랐겠지만 먹고 싶다고 하여, 언제든지 배고픈 하인들과 동네 사람들 앞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는 것은 양반의 도리가 아니었을 듯 싶다. 여기에 양반의 도리를 하면서도 먹고 싶은 것은 먹고 마는, 즉 악의 없는 거짓 음식인 ‘헛제사밥’이 나온 것이다.
70년대 상품화 된 헛제사밥
헛제사밥이 양반댁 높은 담장을 넘어 일반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동란직후라고 한다. 안동의 아주머니들이 함지에 나물과 밥을 이고 다니면서 제사밥이란 이름으로 음식을 팔던 것이 1978년 무렵 상품화 되어 식당메뉴로 등장하기 시작 했다.
헛제사밥은 쌀밥에 고사리 숙주, 도라지, 무나물, 콩나물, 시금치 같은 나물류하며, 쇠고기, 상어(돔배기)같은 산적류외에 호박전, 동태전, 두부전 같은 전류, 그리고 탕국이 올려 진다.
경상도 음식이 자극성 강하기로 유명하지만, 헛제사밥의 경우는 좀 다르다.
예로부터 제사음식은 조상신이 싫어한다고 하여 고추장, 마늘등의 자극성이 강한 양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헛제사밥’도 양념간장만으로 그 간을 하여 비벼먹기 때문에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담백하고 깔끔해서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을 뿐 아니라 소화가 잘되어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좋다.
비빔밥이 기내식으로까지 등장한 오늘날, 안동의 헛제사밥은 제사 후 함께 나누던 조상들의 공동체의식과 유교적 제례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