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먹고 자란 소 - 울릉 약우 구이
울릉도는 오징어와 호박엿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의외로 유명한 음식이 많아 며칠 여행으론 다 맛을 보고 나오기 어렵다.
울릉도는 섬이라 해산물이 유명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바다음식은 유명하지 않고 독특하게 소가 유명하다.
울릉오미라고 하여 울릉도의 대표적인 5가지 별미와 음식이 있는데 그중 첫째가 울릉약소인 것을 보면 얼마만큼 유명한지 알 수 있다.
울릉도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은 따뜻한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를 보이는데 이 때문에 575종의 자생식물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여기저기 지천으로 깔린 자생 식물은 산채 아니면 약초이기 때문에 그것을 먹고 자란 소의 고기도 약과 같다고 해서 약소라고 불린다.
울릉도의 약우는 유전형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울릉도 산채와 약초를 먹고 자라면 약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부족한 한우를 육지로부터 들여와 사육 후 공급하고 있다.
- 현재 울릉군의 약소를 모두 칡소로 대체하는 작업중이다.
- 칡소를 약소로 키움으로서 업그레이드 약소를 만들고 있는 중
울릉도는 화산섬으로 육지와 교류가 많지 않았던 관계로 처음부터 소가 사육된 것은 아니다.
한때 갖은 풍파로 인한 인명손실과 외적의 침입 등으로 인해 섬 전체를 비워두는 공도정책을 펴기도 하였는데, 일본인들이 이 섬에 들어와 목재를 도벌해 가는 것을 보다 못한 고종이 개척령을 반포했고, 고종 20년(1883년) 7월, 16가구 54명의 개척민이 이주하였다.
그 무렵 암수 한쌍의 소가 함께 들어왔고, 1892년 6월 울진에서 다시 5마리의 소를 들여왔는데, 이후 사육두수가 늘어 1960년대에는 매년 100-200마리의 소가 육지로 반출되기도 했다. 현재는 70여 농가에서 700여두를 사육 중으로 섬 자체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한다.
울릉약소의 가장 큰 특징은 자생식물을 먹여서 키우는 것이지만 그것만큼 또 중요한 것이 물이다. 화산섬이라는 천연 자연이 만들어 준 필터는 울릉도의 물을 풍부하고도 맛있게 만들었다.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물이 좋아야 소도 건강하고, 육질이 좋아 진다.
울릉약소는 육지 쇠고기보다 마블링이 약한 대신 근육질의 붉은빛이 선명하고 지방질의 빛깔은 약간 누렇다. 약초 특유의 향기와 맛이 배어 있어 누린내가 나지 않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 보다는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이것을 제대로 먹기 위해선 불판에 닿자마자 바로 집어 먹는 것이 좋고, 쌈장 보다는 소금물에 절인 뒤 설탕과 식초로 양념한 명이절임에다 싸 먹어야 더 맛이 좋다.
울릉도 여행 후 ‘울릉도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울릉약우를 제대로 맛 본 뒤라면 ‘울릉도에서 무엇이 제일 맛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