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울진 대게찜
남해에 이어도의 전설이 있다면, 동해에는 용왕의 섬으로 불리우는 왕돌잠의 이야기가 전해 진다.
대륙을 달려온 산맥이 바다를 만나서도 멈추지 않고 내려가다가 다시 한번 빛을 향해 솟구쳐 올라 이룬 해저의 산으로, 옛 어른들의 구전에 따르면 예전에는 큰 섬이었는데 물속으로 가라 앉았다고 한다. 용왕이 돌보는 섬이란 이야기도 있는데, 동해에서도 가장 풍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이곳 왕돌잠이 바로 대게의 주서식지이다.
왕돌잠으로부터 20km정도 떨어진 곳에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라는 울진대게의 원조마을이 있다.
거일은 신라초엽에 형성된 마을로 마을의 모양이 게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게알’이라 불리었고, 기알이라 변음 되었다가 한자로 거일이라고 쓰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아계유고’라는 책에 보면 거일리를 ‘해진(蟹津)’이라 칭하고 있다. 여기서 해는 엄지가 2개이고 다리가 8개이며 내장이 없는 희귀한 벌레를 뜻하는 대게를 이르는 말로, 해진이란 즉 대게의 원조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다.
구전에 ‘엉덩이가 크고 팔을 흔들면 거일여자다’라는 말이 그 지방에 전해지는데 이는 거일여자들이 게를 이고 다녔기에 엉덩이가 커 보여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예부터 거일리 어촌 마을의 주된 삶의 터전이 왕돌잠 이었기에 이는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 죽변항의 모습]
울진대게의 유래는 “신증 동국여지승람 제 45권” 평해군편 및 울진현편의 기록에 보이는데 대게를 ‘자해‘라 하여 자주빛 색깔의 게라 표기 하고 있으며, 옛날부터 중요한 특산물로 대게가 포함되어 있음을 기록하고 있다.
대게는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등 색깔에 따라 4종류로 구분하는데 진짜 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참대게, 박달게’를 말하며 다리가 여섯마디로 형성되어 있어 옛날에는 육촌 혹은 다리모양이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여 죽촌이라고 하였다.
모든 해산물이 건강식으로 좋지만 대게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 기능 강화와 생체리듬 조절, 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잘 쪄낸 대게의 속살을 씹으면 쫀득 쫀득 하면서 씹을수록 달착지근한 맛이 감도는데 이는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리신, 알라니, 글리신베타인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 아노신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껍질 빼고는 다 먹을 수 있다는 대게는 `게 먹고 체한 사람 없다`는 옛말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완전한 식품이다.
꽉 찬 게살을 발라먹거나, 커다란 게딱지에 밥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다보면 게눈 감추듯 사라지는 게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