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설명
청환진유(淸宦眞儒) 홍순(洪淳) 공은 덕성이 온후(溫厚)하고 천자(天資)가 탁월(卓越)하시어 어려서부터 향중(鄕中)의 중망(重望)이었다. 공의 자(字)는 형삼(亨三)이요 호(號)는 서천(西川)이다. 본관(本貫)은 남양(南陽)이며 그 선대(先代)는 여조(麗朝)의 절의(節義)로써 이름난 충평공(忠平公) 휘(諱) 관(灌)의 후예(後裔)이다.
공은 1404년(조선 태종 4년) 1월 3일 적라현(赤羅縣:軍威古號) 응계리(凝溪里)에서 선교무략장군(宣敎武略將軍) 중서성(中書省) 도진무동지밀직사사(都鎭撫同知密直司事) 진(袗)의 아들로 태어났다. 공의 선조는 본래 개성인(開城人)이었으나 고조 우평(禹平)이 동대비원(東大悲院) 녹사(錄事)로 출발하여 좌사간(左司諫)으로 누관(累官) 여신(麗臣)이었으나 이태조가 조선(朝鮮)을 건국하자 낙남(落南)하여 토속(土俗)이 근검(勤檢) 돈박(敦朴)한 적라현 선방산(船放山)아래 살았으므로 공의 낙향선조(落鄕先祖)가 된다.
어려서부터 특이(特異)한 소질(素質)이 있어 8세에 소학(小學)에 입학하여 문예가 성취되어 그 진보(進步)가 준마(駿馬) 달리듯 하였다. 일찍이 대학(大學)을 읽고 깊이 깨달았는데 옥고(玉沽)선생이 칭찬하기를 「실천하고 덕행함이 공과 같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라고 하였다 한다. 응계(凝溪), 옥고(玉沽)와 죽정(竹亭) 탁신(卓愼)에게 입문(入門)하여 사사(師事) 받은 뒤 1429년(세종 11년)2 5세에 성균관에 유학하여 진학절목(進學節目)의 구제학규(救濟學規)를 마치고 유생으로 의리(義理)로 의론(議論)을 밝히고 조행(操行)이 탁이(卓異)하고 시무(時務)에 통달하여 조정에 천거(薦擧)케 되었다. 조정에 등사(登仕)함에 옥당(玉堂)에서 여러 관직을 거쳐 1449년(세종 31년)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 겸 예문관(藝文館) 홍문관(弘文館) 제학(提學)까지 올랐다. 또한 천품(天稟)과 행실(行實)이 청렴결백(淸廉潔白)하였고 당상관(堂上官)이 된 후에도 더욱 근신(勤愼)하여 조금도 교만하고 꾸미는 빛이 없었다. 당시(當時) 사람들이 공을 백세청풍(百世淸風)의 청환(淸宦)이라 하였다.
그러나 「위(位)가 그 품에 이르렀으나 초야(草野)의 사람으로 영화로우나 즐겁지 않도다」하였으니 이것으로 그의 심오(深奧)한 뜻을 가히 알 수 있겠다. 1453년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죽이고 영의정이 되자 공은 벼슬을 버리고 군위 부황리(扶皇里)로 내려와 병을 칭탁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벼슬을 물러난 뒤에 연방산하(蓮榜山下) 봉황동천(鳳凰洞天) 호상(濠上)한 곳에 경현당(景賢堂)을 짓고 당호를 서천(西川)이라하고 심경(心經)과 근사록(近思錄)을 독서양덕(讀書養德)하고 문하생(門下生)들과 강학론예(講學論禮)하시기 20유년 사방에서 학자들의 내왕이 끊이지 않았다.
1462년(세조 8년) 대부인(大夫人) 언양김씨(彦陽金氏)가 돌아가시고 1467년 선고(先考)밀직공(密直公)의 상사(喪事)를 당하여 6년 동안 여막(廬幕)에서 시묘(侍墓)하니 향인들이 모두 감복하였다. 공의 효성(孝誠)에 감복하여 초옥(草屋) 주위에 청죽(靑竹)이 천 여 그루 솟아나니 이는 천신도 선생의 고절(高節)과 효행은 감탄하는 것이다.
1477년(성종 8년)에 졸(卒)하니 공의 수(壽)가 74세 였으니 서사(書史)로써 스스로 즐기며 몸을 마치었다. 선생이 가신지 500여년이 지났음에도 소보면(召保面) 봉황동(鳳凰洞) 부황리(扶黃里) 양지에 선생의 강학지소(講學之所)인 경현당(景賢堂)과 유허비각(遺墟碑閣)이 우뚝 솟아 있으니 유풍(遺風)과 여운(餘韻)이 훈훈한 향기(香氣)와 찬연한 광휘(光輝)가 은연중 풍기어서 후인(後人)들이 유촉(遺촉)을 지날 때마다 옷깃을 바르게 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