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설명
신라 47대 헌안왕(憲安王)때 응렴(應廉)이라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43대 희강왕(僖康王)의 손자였다. 18세에 국선이 되어 온 나라를 두루 돌면서 수도도 하고 견문도 넓히기로 했다. 20세가 되었을 때 일단 수도를 마치고 돌아왔다. 왕은 무사히 돌아온 응렴을 축하하고 위호하기 위해 임해전에서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왕은 응렴에게 물었다.
"그대는 화랑이 되어 국내를 두루 다녔는데 무슨 배울만한 것이 있었던가?" "예,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행실이 있는 사람 셋을 보았는데 가장 감명이 깊었으며 마음에 새겨 거울로 삼을까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그 세사람의 아름다운 행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이 자리에서 해 보려무나."
왕의 청에 응렴은 마음속에서 세 사람의 행실을 되새겨 보면서 이야기를 아뢰었다.
"남의 윗자리에 있으면서도 겸손하여 남의 밑에 있는 이가 있었는데 그것이 첫째이고, 세력이 당당하고 부자이지만 옷차림이 아주 검소한 이를 보았는데 그것이 둘째이며, 귀하고 지위가 높으면서도 그 위세를 보이지 않고 절제할 줄 아는 이를 보았는데 그것이 셋째이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감격했다. 세 가지 미덕을 평생의 교훈으로 삼겠다는 응렴이 너무나 기특했으며 장차 남의 모범될 인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왕은 응렴의 손을 잡고 칭찬한 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나에게 딸이 둘 있는데 그대가 원하는대로 택하여 아내로 삼아 시중을 들게 하겠노라."
응렴은 뜻밖의 왕의 분부에 놀랐다. 부마가 되는 영광과 복이 굴러 들어오다니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당황한 그는 대답을 올릴 수가 없어 말미를 얻어 그 자리에서 물러 나왔다. 급히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에게 말씀드리고 의논을 했다. 부모님은 물론 온 집안 사람들이 너무나 큰 경사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부모님을 중심으로 가족회의가 열렸다. 모두들 의견을 나눈 끝에 미인이고 마음도 고운 둘째 공주를 택하는 것이 좋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응렴은 마음을 정할 수가 없었다. 궁리하던 끝에 흥륜사(興輪寺)의 스님을 찾았다. 평소 가까이 지냈으며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수의를 드리는 존경하는 사이었다. 그런데 스님은 가족들과는 반대로 맏공주에게 장가 들것을 강력히 권하면서 그렇게 될 경우에는 반드시 세 가지 덕을 볼 것이라고 더욱 힘을 주어 권하는 것이었다.
응렴은 스님의 의견이 타당할 것 같아서 거기에 따를 것을 마음 먹었다. 며칠 후에 궁중에서 전갈이 와서 결정을 재촉했다. 응렴은 이미 마음에 정한대로 맏공주님을 맞겠다고 회답을 보냈다. 왕과 왕비는 맏딸에 장가들겠다는 응렴의 회답을 받고 또 한번 기뻐했다. 차마 권하지 못했던 못난 딸을 자진해서 택한 응렴이 너무나 믿음직스러웠다. 못난 딸이란 부모에게는 항상 걱정의 대상인데 그것이 해결된 것이다.
응렴이 부마가 되고 석달이 지났을 때 헌안왕은 병상에 눕게 되었다. 왕의 병은 악화 일로를 달려 드디어는 위독한 상태가 되었다.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을 알고 신하들에게 유언한 왕은 재위 5년되던 해(A.D.861)의 정월 29일에 드디어 세상을 떠났다. 응렴은 유언에 따라 왕위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는데 이 분이 48대 경문왕(景文王)이다.
전왕의 맏공주에 장가든 결과로 왕위를 계승하는 행운을 잡았지만 경문왕은 아름다운 둘째 공주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임금님이다. 이래서 경문왕은 둘째 공주를 제2왕후로 삼아 소원을 풀 수 있었다. 경문왕은 왕위에 오른지도 오래된 어느날 문득 생각이 나서 자기에게 못난 맏공주에게 장가들기를 권유했던 흥륜사의 그 스님을 불러 맏공주를 맞으면 세가지 유익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세가지란 무엇이냐고 물으니,
첫째는 맏공주를 택하므로 해서 왕과 왕비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여 총애를 보다 깊게한 것이고,
둘째는 그로 인해서 지금과 같이 임금님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리하여 앞서 얻고자 했던 둘째 공주까지 왕비로 삼게 된 것이라 대답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스님의 예언은 너무나 적중되었고 또 그 세가지는 다행한 일들이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크게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스님에게 대덕(大德)이라는 스님에게 내리는 품계를 주고 또 황금 130양을 하사하여 크게 그 예언을 치하했다. 응렴이 화랑으로서 천하를 돌면서 배운 겸손, 검소, 절제의 세가지 미덕 즉 삼미(三美)의 덕은 응렴으로 하여금 왕위에까지 오르게 했다. 신라의 우리 조상들이 가꾸고 지키던 3미와 5계를 우리들도 이어 받아 나라 빛내는 국민이 되자.."
